졸리님의 이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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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잡담

생일을 맞아, 아침을 시작하다.

원래는 내키는 대로 하려고 했다. 잠이 안오면 밤새 티비를 보든가 웹서핑을 하든가. 그러다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다음날이 밝던 말던 허리가 아플때까지 잠을 자고 싶은대로 실컷 자고, 집 냉장고 털어 청소하듯이 끼니를 때우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새벽 3시가 조금 넘었을때 티비를 보며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어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아침 7시에 알람에 잠시 깨서 라디오를 켜고 김어준 목소리 잠시 듣다가 다시 소르륵 잠들고, 10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깼다. 허리가 아프지도 않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고 아니고 그냥 충분히 잔거 같아. 그냥 일어나는게 좋을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맞창이 뚤린 집을 포기하기 어려울것 같다. 내가 지금 사는 집은 아주 오래된 아파트인데 집을 관통하는 환기가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창을 모두 열면 바람이 살랑 살랑 온 집안을 훑고 지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고 무슨 냄새든 금방 사라지고 상쾌함만 남는다. 2012년쯤 일산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2017년 여름 이곳에 이사오기 전까지 계속 고급 원룸 오피스텔, 월세용도로 지은 아주 허름한 단칸방 등지를 거치면서 집(엄밀히 말하면 이런 곳들은 집이 아니라 방의 개념이다. 이름도 룸이 붙고)이라는 곳에 한쪽 면에만 창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강남의 끝자락에 월세 60만원짜리 오피스텔은 한쪽 벽이 거의 대부분 통으로 창문인데 더운 여름에는 선선한 한 밤에도 창을 열어봤자 전혀 밖의 시원한 기운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송풍기를 동원해도 그뿐이고 심지어 복도쪽 문을 열어봐도 바람이 불지 않았다. 일산 브라운 스톤의 경우 창을 열고 복도쪽 문을 열면 아주 송풍기 가운데 도막처럼 강력한 바람이 불어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 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늘 그런건 아니고, 기압이라던가 주변 환경이 맞는 경우에만 그랬다. 중간이 없었지. 그래도 중앙 정원의 뷰는 나쁘지 않았는데...

굳이 누군가 내게 사는 곳을 고르는 기준을 말하라면 이전에는 수압이라던가 깔끔함이라던가 주차라던가 여러가지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옥탑이라도 맞창이 있고 문을 열면 바람이 집 안을 관통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조건이라고 말할것 같다. 사실 맞창이 나 있어도 바람이 그리 선선하게 불지 않는 곳도 있는걸 생각하면 이 조건은 정말 대단한 조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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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아침이라고 매형이 전화를 주셨다. 생일 축하한다고. 남자 성격이라 대단히 자상하고 세밀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일이라고 아침부터 전화 주시는 유일한 분이다 보니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참 어색했다. 그런데다 웃긴건 왜 나는 꼭 화장실에 앉아 있을때 전화가 오는걸까? 정중하고 어색하게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몸은 화장실 변기에 걸터 앉아 있으니 그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어제는 친구가 자기 생일이 몇일 전이었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고 약간 섭섭한듯 말하던데, 내가 니 생일을 미리 알고 챙기는 것도 웃기지. 이 정도 나이 먹고 생일에 뭐든 하고 싶으면 스스로 말하자. 그게 뭐냐?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그리고,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이 나이가 되면 자기 생일은 축하 받거나 축하할 일도 아니지. 부모님도 대충 돌아가신 분들이 많으니 더 이상 부모님께 감사를 표하기도 어려운 분위기고. 그냥 스스로 감당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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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일때문에 조금 작은 사이즈의 고해상도 모니터를 구입하고 그걸 최고 해상도로 맞춰 작업을 몇일 했더니 급격하게 노안이 와서 마트에서 상품의 성분 표시 라벨을 읽을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 하나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작은 글씨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참 좋다고 하던게 떠올랐다. 우리 모두 늙고 있구나. 노안이 오고 있구나. 마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음을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져서 안경원에 가서 시력 검사를 받아봤다. 옛날(초등학교때? 고등학교때?)에 내 시력이 1.2, 1.5였던거 같은데 어제 측정해 보니 0.7, 0.8이고 한쪽눈은 약간 난시, 한쪽눈은 약간 근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당장 어떤 조치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이게 왜 느낌이라고 말하냐면, 안경점에서는 한번 고객이 되면 평생, 계속 고가의 제품들을 구입해 줄 고객이 한명 탄생하느냐 마느냐 느낌이니까 시원하게 말하는게 아니라 나쁜건 아닌데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노안도 아니라는 측정 결과였다. 아직 안 왔다고, 2~3년 내에 올 수 있고(다른 동 연령대 경우를 참고해 보면) 올때는 한번에 훅 온다고. 

테스트 렌즈로 테스트 안경테에 내 시력에 맞는 렌즈를 끼워 줘서 껴봤는데 온 세상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게 신세계이긴 하더라. 그 동안 눈으로 뭔가를 보는게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테스트 안경을 쓰고 보니 지금까지는 SD화질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데 FHD화질 세상이 따로 있더라는 말씀. 오호라 오호라. 몇가지 안경테도 착용해 봤는데 비싼게 착용감이 좋고 가볍고 좀 더 세련되어 보이고, 조금 저렴한(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십만원 훌쩍 넘는) 것은 뭔가 조악한 느낌이고 코나 귀에 이물감같은게 느껴지고 이쁘지도 않은거 같았다. 아참, 추천받은 렌즈는 호야? 뭐시기에서 나온 22만원짜리 렌즈. 안경테는 10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결국 선명한 세상을 보려면 30만원 정도 들이면 되는데 이게 1~2년에 한번쯤 변한 시력에 따라 렌즈를 바꿔줘야 하고 실 생활에서 안경을 쓰다 보면 결국 더 편한 착용감의 안경테를 욕심내게 된다는 말이 있더라. 물론 중간에 부셔 먹어서 새로 해야 하는 이벤트도 발생 가능하고.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은 혈압약을 안 먹고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얼마든지 혈압을 낮추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지만 생활 습관 바꾸기가 정말 어렵기때문에 현실적으로 평생 먹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안경의 경우 한번 쓰기 시작하면 안경을 썼다는 사실때문에 평생 쓰게 되는게 아니라, 그러니까 안경이 눈을 더 나쁘게 하는건 아니지만, 눈이 정말라 나빠지기 시작했고 그 원인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나이를 듦에 따라 점점 나빠지는 쪽으로 가게 되는거니까, 이건 노력한다고 되는건 아닌거 같다. 구글이 그랬따. 대부분 맞겠지. 그래서 살짝 고민중이다. 안경을 쓰는건 좀 더 미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가 안경을 쓴 모습을 본 기억은 있다. 하지만 생활속에서 쓰시진 않으셨고 신문을 보신다던가 뭔가 글을 쓰실때만 안경을 꺼내 쓰시곤 작업이 끝나면 다시 벗으셨다. 아버지가 안경을 쓴 모습은 정확하게 기억에 없고, 안경이 어찌 생겼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냥 저렴한 돋보기 안경이었던거 같다. 나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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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말에 가족 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할아버지 기일인데, 고향에 모여 가족 예배를 드리고 같이 식사를 한다. 점심에 모이고 근처 식당에 예약 없이 가는거니 좀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은 있는데 그래도 일년에 딱 두번, 할머니, 할아버지 기일이 요즘 우리 집안 가족들이 그나마 모이는 유일한 행사가 되었다. 추석이니 설이니 하는 명절은 그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마치 고리가 끊어지고 연결된 부분들이 흩어지듯이 그렇게 각자의 명절로 분리가 된다. 작은 아버지들 몇몇은 그런 최근의 모습이 좀 쓸쓸하게 생각되신거 같다. 그래서 나에게 작은 아버지, 어머니들 생일을 받아서 네가 좀 미리 알려주고 그러면 어떻겠느냐고, 그럴때도 같이 보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고 나는 그래보겠다고 답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고 서너달이 지난 지금까지 곰곰히 고민해 본 결과,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내 결론이다. 각 가족의 가정들마다 사정이 달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고, 부부간에 사이가 좋은 곳도 나쁜 곳도, 건강이 좋은곳도 나쁜곳도 있다. 만약 생일이라고 연락을 내가 돌려봐야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들 모이라고, 내가 밥 사겠다고 할 테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전화나 문자로 인사를 받을 뿐 별달리 할 수 있는게 없을거다. 또한 그런 사정이 매년, 매월 달라지는게 아니다 보니 밥을 살 수 있고 가족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늘 모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늘 못하겠지. 그런 모습이 가족간에 화목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할머니 기일은 늦 겨울이라서 가족들이 모이기가 좀 어렵고, 할아버지 기일은 늘 늦 봄이라서 환경이 한층 좋다. 고향 가족 납골당 근처에서 겨울에 차가 미끄러져 바퀴가 빠져서 견인차를 불러본 경험이 있는 나는 더욱 그렇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당신 생신에 돌아가셨다. 공교롭게도 그게 큰 손자 생일이기도 했지만. 정리하면 이렇지. 할아버지가 태어 나시고 큰 손자가 마침 그날에 태어났고 할아버지가 다시 그 날에 돌아가신거지. 음력 기준으로. 가족 모음 편하게 하라고 배려하신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보고, 큰 손자 생일 쓸쓸하지 말라고 배려해 주신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아무튼...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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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글을 쓰다 보면 그래도 이야기가 한두 가지로 정리되고 결론이 모이고 그랬는데, 오늘은 전혀 그러지 못하네. 이것도 노화의 결과중 하나인가 보다. 씼고 오늘 뭘 할지를 좀 더 생각해 봐야 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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